본문 바로가기

전통공예

일제강점기 전통공예의 변화와 억압 – 빼앗기고도 지켜낸 손끝의 저항

[문단 1 – 서론: 일제강점기와 전통공예의 역사적 갈림길]

키워드: 일제강점기 전통공예, 문화 억압, 식민지 정책

일제강점기 전통공예는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이었다.
1910년 한일강제합병 이후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통문화는 지속적인 문화 억압 속에 놓였으며,
특히 손으로 전해지던 공예문화는 일본의 식민지 동화정책에 의해 조직적으로 파괴되거나 변형되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의 민족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전통기술의 전승을 막고, 일본식 미의식을 강요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통 도자기 공방의 통폐합, 무형기술자의 강제 이주, 생활용품 디자인의 왜색화가 있었다.
이러한 식민지 정책은 공예를 ‘문화’가 아닌 ‘통제 가능한 생산품’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부 장인들은 기술을 은밀히 계승하거나, 민족적 상징을 숨겨 넣는 방식으로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며 예술을 통한 저항을 이어갔다. 이 글에서는 일제강점기 시기의 대표적인
전통공예 변화 양상과 억압의 구체적 사례, 그리고 장인들의 생존 방식과 그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


[문단 2 – 일본의 문화 정책과 전통공예의 제도적 해체]

키워드: 전통공방 폐쇄, 문화통제 정책, 공예 인력 통제

일제는 한민족의 자주적인 문화 계승을 차단하기 위해 전통공방 폐쇄와 교육기관 장악에 주력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도자기, 옻칠, 한지, 누비 등의 생활밀착형 공예였다.
일제는 전통공예를 ‘비효율적이고 낙후된 기술’로 규정하며, 공방들을 문화통제 정책 하에
일괄 폐쇄하거나, 총독부가 지정한 기관으로 통합시켰다. 전통기술을 가르치던 서당이나 사설 교습소 또한
폐쇄되거나 ‘실업학교’라는 이름으로 개편되었고, 이곳에서는 일본식 미술기법과 기계적 생산법만 가르쳤다.
특히 공예 인력 통제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전통 장인을 공장 노동자로 강제 편입시키거나
기술자 명단을 일본 정부에 등록하게 해 관리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이처럼 전통공예는 예술이 아닌 산업으로
전환되었고, 장인의 창작은 통제 대상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민족의 손끝에서
오래도록 이어진 문화 정체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적 시도였다.


[문단 3 – 공예 형식의 왜곡과 문화 동화 전략]

키워드: 왜색 공예품, 전통 디자인 억압, 식민지 미의식 강요

일제강점기에는 전통공예의 물리적 억압뿐 아니라, 형식의 왜곡이라는 또 다른 침탈이 일어났다.
일본은 조선의 전통 공예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변경하거나, 일본식 장식 기법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문화적 동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왜색 공예품이다. 이는 전통 도자기에 일본풍 문양을
덧입히거나, 조선 목가구에 일본식 장석을 붙이는 식의 인위적 혼합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미적 선택이 아니라, 조선의 정체성을 지우기 위한 전통 디자인 억압의 수단이었다.
또한 장인들에게는 일본 천황 가문이나 신토 관련 문양을 새기도록 강요하거나,
불교 사찰용 공예에도 일본 신도의 상징을 넣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식민지 미의식 강요
공예가 지니던 종교적, 민속적, 철학적 상징성을 해체시키고, 식민 권력이 부여한 의미로 대체하려는 시도였다.
결국 일제의 공예정책은 물리적 억압만이 아니라, 미학과 철학마저 식민화하려 했던 고도의 문화 침략이었다.

일제강점기 전통공예의 변화와 억압 – 빼앗기고도 지켜낸 손끝의 저항


[문단 4 – 장인들의 저항과 전통공예의 은밀한 계승]

키워드: 민족 공예, 비공식 기술 전수, 문화 저항

그러나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전통공예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장인들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민족 공예의 자존심을 지켜냈고, 동료와 제자들에게 몰래 기술을 전수하며
공예 정신을 이어갔다. 특히 전통 무늬나 기법을 작품 속에 ‘숨겨 넣는’ 방식은 비공식 기술 전수
한 형태였다. 예를 들어 도자기 장인은 외형은 일본식이지만, 내부 굽 바닥에 전통 가문 문양을 새겨 넣었고,
누비공예 장인은 일본식 재봉 기법을 쓰되, 매듭과 마감 처리에 한국식 전통 기술을 숨겨 넣었다.
이러한 방식은 감시를 피해 전통을 보존하는 문화 저항의 실천이었다.
또한 일부 장인들은 조선어로 된 작업일지나 비법서를 남겨 후대에 기술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의 공예는 억압만 있었던 시대가 아니라,
지켜내고 이어가려 했던 수많은 손들의 ‘은밀한 승리’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늘날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현대 공예인들의 작품 속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